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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대입정시 필수 반영 학생부 기록보존 2년에서 4년으로

떠나는 여행자 2023. 4. 13.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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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2026학년도부터 학교폭력 가해 여부가 대입 정시전형에서 필수 반영된다. 교대 등 일부 전공의 경우 학교폭력 가해자는 아예 지원이 제한될 수도 있다.

 


정부는 12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제19차 학교폭력대책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심의·의결했다.

 

정부가 학교폭력 대책의 큰 틀을 수정한 것은 2012년 이후 11년 만이다. 최근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낙마한 뒤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종합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이번 대책은 중대한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가해자에게 보다 엄정하게 대처해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높인다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우선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위주 전형뿐 아니라 수능과 논술, 실기·실적 위주 등 모든 전형에서 학교폭력 가해 조치 사항을 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2025학년도 대입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전형에 반영하도록 하고, 2026학년도 대입은 올해 8월 확정되는 대입전형 기본사항에 관련 내용을 포함해 전체 대학이 꼭 반영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사 등 인성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전형이라든가 학교장 추천 전형 등에 대해서는 지원 자체를 제한하는 것도 학교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어느 정도를 감점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반영 방식은 각 대학이 결정하도록 해 대학 입장에선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일각에선 교육부가 대략적인 가이드라인 제시도 없이 대학에 책임을 넘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석정지(6호) 이상의 학교폭력 가해 조치는 학생부 기록 보존 기간이 졸업 후 2년에서 4년으로 늘었다. 정부는 관련 시행규칙을 개정해 내년부터 학생부 보존 기간을 연장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 가·피해 학생 즉시 분리 기간은 현행 ‘3일 이내’에서 ‘7일 이내’로 연장하는 등 피해 학생 보호 대책도 강화됐다.

 

피해 학생에게는 ‘분리요청권’을 부여하고, 학교장은 피해 학생이 요청 시 가해 학생 출석정지·학급 교체를 할 수 있게 된다. 피해 학생은 가해 학생이 심의위원회 결정에 불복해 조치가 보류되더라도 분리요청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한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학교폭력 근절 대책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한 총리는 “그간 학교폭력에 대한 안이한 온정주의로 피해 학생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학교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무너져버린 교권도 강화해 학교폭력을 근절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교폭력은 범정부적으로 전 사회적인 협력을 통해 반드시 근절돼야 할 과제로, 진영논리로 특정 사건을 재단하고 정치 쟁점화하려는 시도에서 벗어나 누구든지 학교폭력을 저지르고 회피하는 일은 반드시 없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해자에 ‘대입 불이익’ 엄정 대응… 실효성·비교육적 논란도

 

정부가 12일 내놓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은 ‘가해 학생 엄정 대응’으로 요약된다. 정부는 지난 10년간 학교폭력을 관대하게 처리하고 학생 인권을 강조한 것이 학교폭력 증가의 요인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는 중대 학교폭력 가해 학생에게 엄정한 조치를 내리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모든 학생에게 ‘학교폭력에는 반드시 불이익이 따른다’는 인식을 심어줘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높인다는 것이다.

 

◆엄정대응→완화→다시 엄정대응

 

교육부는 2012년 학교폭력 근절 대책 수립 후 가해 학생 조치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록해 보존하기로 하는 등 ‘사소한 괴롭힘에도 엄정대응한다’는 무관용 원칙을 정립했다. 당시 학생부 기록 보존 기간은 초등·중학교는 5년, 고등학교는 10년이었다. 이후 학생부 기록은 가해 학생에게 낙인을 찍는 비교육적 처사란 비판이 이어지면서 기록 보존 기간은 2014년 ‘졸업 후 2년까지’로 줄었고, 9호 처분(퇴학)을 제외하면 졸업 직전 심의 후 삭제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연예인 등의 학교폭력이 논란이 되면서 과거 기록을 삭제하는 것이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8호 처분(전학)은 삭제가 불가능해지는 등 다시 엄정주의 기조가 형성됐다. 여기에 정순신 변호사 아들 사태까지 터지면서 교육부는 과거 입장을 완전히 뒤집는 대책을 들고 나왔다.

 

기록 보존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고, 대입에서도 ‘확실하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대책에는 또 가해 학생이 조치사항 기재를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심의위원회 결정 전 자퇴할 수 없도록 하고, 자퇴생도 대입에서 학교폭력 이력을 반영하는 방안이 담겼다.

 

가해 학생이 ‘빠져나갈 구멍’을 원천차단하겠다는 의미로, 과거 같은 ‘온정주의’로는 학교폭력을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정부는 이날 학생인권 강화와 교권 약화 등을 학교폭력 증가의 원인으로 들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학생부 기록 보존 기간이 단축되고 삭제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들이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누그러뜨렸다”며 “교권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된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피해 응답률, 심의 건수가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교사가 가해 학생을 제지하다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는 등 교권이 약화하면서 학교가 가해 학생을 제어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한덕수 총리는 “교원이 학교폭력 대응 과정에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불응·방해 시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규정해 엄정 대처하겠다”고 약속했다.

 

 

◆교원단체 “환영”…“처벌론 안 돼” 우려도

 

교원단체는 정부가 학교폭력 지도·처리에 면책권을 부여하기로 한 데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원의 학교폭력 지도·처리에 불만을 제기하며 민원·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늘고 있다”며 “처벌이 강화되면 민원·소송이 더 늘 수 있는 만큼 심의·처분 전문성을 높이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가해자 처벌 강화로는 학교폭력을 해결할 수 없다고 비판한다.

 

소송을 부추기는 등 학교폭력의 교육적 해결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과도한 처벌은 반성과 사과, 피해자와의 관계 회복에 대한 노력보다 회피 전략을 부추길 뿐”이라며 “자신을 억울하게 생각하고, 피해자·학교에 대한 적대감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가해조치를 삭제하기 위한 심의요건을 강화해 소송 남발을 예방한다는 입장이다. 심의 시 ‘피해 학생 동의 확인서’, ‘학생 간 소송 상황’을 확인하도록 해 소송을 하면 가해조치 삭제가 불리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한편 기록 보존 기간 연장이 현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보존 기간이 4년으로 늘어 추가로 영향을 받는 사람은 4수·5수생인데, 4수생 이상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보존 기간을 10년으로 늘려 취업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방향도 검토했으나 “기업이 판단할 문제”며 한발 물러섰다.

 

다만 고교 졸업 후 바로 대학에 입학해 휴학 없이 4년을 다니고 졸업하는 사람이나 전문대생은 대학 졸업 시까지 기록이 남는 만큼 일부 기업에서 학생부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재수생 이상이거나 군대 등 문제로 휴학해 기록이 지워진 사람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고려대·연세대·중앙대 등 2024년 반영 검토

 

교육부가 2026학년도 대학입시부터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학생부 위주의 수시전형뿐 아니라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논술 등의 전형에도 반영되도록 방침을 정하면서 대학가에서도 평가 방식 등을 둘러싼 논의가 한창이다.

 

 

12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에 따르면 2024학년도 대입에서 수능 위주 정시모집에서 학교폭력 4호(사회봉사)∼9호(퇴학) 처분사항을 반영하는 대학은 135개 대학 중 서울대 등 4개교에 불과하다.

 

 

몇몇 대학은 당장 2025학년도부터 자율적으로 학교폭력 이력을 반영하겠다고 나섰다. 대교협은 지난달 말까지 2025학년도 입학전형들을 제출받았는데 중앙대 등 수개 대학이 내년 대입에서부터 학교폭력 조치 내용을 정시모집에 반영하겠다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대교협 관계자는 “개별 대학의 정시 반영 계획 등이 담긴 2025학년도 대입 시행계획을 이달 말 발표할 계획”이라며 “몇 개 대학이 학교폭력 사항을 정시에 반영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학가에 따르면 건국대와 고려대, 국민대, 연세대, 중앙대, 한양대 등이 내년 정시모집에서 학교폭력 징계 이력을 반영할 것으로 전해졌다. 성균관대와 서강대, 이화여대, 한국외대 등 교육부의 학교폭력 대책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대학들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입 정시가 수능 성적 위주의 전형인 까닭에 학교폭력 이력의 반영 방식은 수시처럼 정성평가가 아닌 감점 방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관건은 ‘어느 정도로’ 반영하느냐다. 감점 수준이 너무 낮을 경우 ‘아무런 실효성 없는 정책’이란 비판이 나올 수 있고, 거꾸로 감점 수준이 너무 크다면 ‘과도한 낙인찍기’란 우려가 나올 수 있다.

 

 

대학 입장에선 교육부가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을 정해주길 바랄 수밖에 없으나 교육부는 여기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반영 정도가 크면 당락을 좌우할 정도가 될 것이라 본다.

 

전형에 따라 지원 자체를 제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하면서도 “대학별로 전형이 달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대교협 관계자도 “대학마다 인재상과 전형, 총점이 다르기 때문에 대교협이 표준안을 제시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현재 학교폭력 이력을 정시전형에서 반영하고 있는 서울대의 경우 4∼7호는 수능 성적에서 1점, 8∼9호에서는 2점을 감점하고 있다.

 

이번 학교폭력 대책의 시작점인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경우, 서울대 정시전형에서 학교폭력 이력으로 2점가량 감점했으나 합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당락에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합격자 간 간격이 소수점 단위로 촘촘한 정시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애초에 대입에 관심 없는 가해자에게는 정시 반영 대책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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